EIDEN HeadQuarters & Parking Tower
Office
2020 -
Pungsan-Dong, Hanam
Monument in the new city
도시안의 수많은 건축물들은 시각적 공공재이다. 이러한 공공성(public)을 외연으로 보여주는 것은 입체적인 공공공간의 도시적 경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건물의 소유권과 내재된 프로그램의 내밀화와는 별도로 말이다.
이러한 시각적 공공성은 경관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고, 건축물과 공공공간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주어진 대지의 역사성과 문화적인 양상들, 그것에 끌려 나오는 다양한 양태들 - 이를테면 80년대부터 시작된 건축물들의 장식 기법이던, 2000년대 이후의 재개발에 따른 스카이라인의 변화와 더불어 생성되는 도시의 일방적 경관구성 방식 등등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류에 전도되어서 우리의 뇌리에 어떤 건축물이 이 도시에 어울리겠다 하는 자기만의 디자인 정의가 내려지곤 한다.
지금 현재, 건축가와 건축주의 건축물로 대변되는 도시경관의 인식차이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건축가는 스스로 구축한 정의를 버려가면서 혹은 이겨내려 노력을 하고, 건축주는 그동안 반복되어 왔던 "양식'에 대한 호불호 -주로 다른 이에게 듣거나 인터넷이나 언론에 의해서 주입된-를 피력한다. 이러한 맥락 없는 차이는 두 그룹 사이에 상당히 많은 소통의 단절을 가져오기도 한다.
모뉴먼트에 대한 두 그룹의 속성은 극명하게 갈린다. 특히 건축가는 그들이 결코 모뉴먼트에 관심 없는 척하면서 스스로의 건축물이 모뉴먼트가 되길 고대하고 건축주는 자신의 건축물이 모뉴먼트가 되길 바라면서 모뉴먼트의 속성을 깨부수려 노력한다. 이러한 두 그룹 간의 같은 듯 다른 이중적 생각들이 현재의 도시경관을 만들어 왔고 지금도 여전히 악수는 하지만 포용은 하지 않는 야릇한 태도로 서로의 관점만을 보고 있다.
이러한 만날 듯 만나지 않는 어긋난 평행선과 같은 생각의 차이를 어떻게 풀 수 있는지가 곧 도시경관의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구성요소인 모뉴먼트를 만들어 내는 첫걸음이다.
들어가기
새로운 사옥에 관하여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인류가 문명을 이룩하면서 만들어 낸 하나의 상징적인 문화적 카테고리이다. 오늘날, 특히 우리나라에서의 커피문화는 다양성의 측면에서 세계적인 광장이 되었다. 이러한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eiden 인 것이다. 기업의 대상체가 단순하게 커피를 마시는, 혹은 커피를 판매하는 사람들에게 국한한 것이 아닌 다양한 파생성에까지 이를 수 있도록 기업 아이덴티티의 방향성을 정하고 그에 따른 수많은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실현하는 기업인 것이다.
이러한 Eiden 신사옥의 건축적 방향성은 확실하면서 동시에 모호함이 상존한다. 커피와 그와 관계된 모든 것을 취급하는 회사의 특성 상 커피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면서, 동시에 커피로 발현되는 새로운 개념 또한 내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보여주는 건축적 개념은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새로운 건축개념의 제안은 곧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기업의 독창적 아이덴티티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주는 배후의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여 이질적이고 독특하지만, 단순하고 명료하게, 그리고 가장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이다.
Urban Tissue - Form의 형태
일련의 도시조직 – 직조의 그것과 같다- 은 구도시의 체계와 신도시의 체계로 간략화 할 수 있다. 하남이라는 도시조직이 대대로 신도시의 체계에서 유래되었고, 동시에 서울인근의 확장과 더불어 공존성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신도시 계획은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예전 시도시가 다시 쇠퇴하면서 또다른 신도시로의 이동은 (보다 서울과 밀접하게) 도시 발달의 불평등화가 진행될 수 있다. 이 도시의 불평등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은 바로 교통망에 대한 재설정이다. 도로의 확장 간선철도 계획, 고속화도로와의 체계적인 연계들 등이 그것인데, 이러한 도로망의 재설정은 도시의 구조적인 형태변화를 가져온다.
도로망의 가장 효율적인 형태는 바로 격자형 체계라 불릴 수 있는데, 이러한 전통적인 격자형 체계는 지형에 따라서 약간의 변동을 가져오지만, 도시공학적 접근방식으로 그 규모를 산정하고 도로의 폭과 한 블록의 면적을 확정 지을 수 있다. 이러한 격자형 신도시의 도로조직망 위에 각 블록이 생성되고 이러한 블록에 도시프로그램들을 (지역, 지구지정) 적용한다. 지역지구의 적용은 또다시 차량과 사람의 이동에 관한 수요예측으로 인하여 도로의 폭이 확정되고, 그에 따른 건축물의 높이와 도시경관에 관한 룰이 적용이 된다.
도시조직이 블록의 형태에서 그 블록안의 각 대지들의 형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하여 같은 프로그램이 적용되는 단일 블록안에서 건축적인 형상에 대한 모티브가 매우 비슷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다. 신도시의 대개 건축물이 항상 비슷한 형태와 규모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새로운 건축에 대한 제안은 신도시에서 만들어진 그 규정들을 보다 창의적으로 깨 보는데 있는 것이다. 합법성을 필두로 한 다양한 아이디어의 발현은 획일화된 도시경관의 틀에 대한 도전이고, 이러한 도전은 도시경관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것이며 우리 도시민들의 시각적 즐거움을 누리게 해 줄 것이다.
Motif - pattern
건축의 형태는 평면의 프로세스가 수직적으로 적층이 되어 나타나는 3차원적인 이미지의 적극적 구상체이다. 즉 2차원의 평면위에 벽이라는 수직적 부재가 적층이 되어서 3차원의 형상을 나타내게 되는데, 공간의 구획은 프로그램의 배치와 프로그램 서로 간의 이동, 분리, 분절을 통해 공유되는 공간과 사유되는 공간으로 구분이 된다. 이러한 구분은 바로 벽이라는 건축적 요소로 인하여 분할이 된다. 물론 그 둘 사이의 모호한 구분이 되는 공간이 존재하기도 하고 합쳐진 공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또한 벽이라는 공간의 구획선은 그것이 구조가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구조는 단순하게 뼈대라는 말로 치환하기 어려운 요소이다. 기둥과 보라는 기본적인 틀은 벽으로 인하여 가려질 수도 투명한 벽으로 드러날 수도 있으며 그것이 외부로 드러날 수도 있다. 이러한 구조는 앞에서 구술한 3차원 형상을 만들어 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구조는 평면의 프로세스를 만들어내는 주 요소로 작용하지 않지만 적층의 요소에서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이기에 우리는 건축적 형상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인 건축의 공간적, 구조적인 틀이 성립하고 나면 이제는 전체적인 외형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외형의 개념은 근대건축의 성립이후 도드라지게 나타났으며, 구축적인 방법론에 대한 다양한 개념설정에 대한 토론으로 옮겨졌다.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이기도 하며 건축의 진정성에까지 접근하여 수많은 이론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평면의 프로세스와 구조적인 틀과 그것을 아우르는 외형에 관한 건축적 요소들의 통합을 이루려 한다. 이러한 통합적인 방법은 새로운 시도는 아니며 수많은 건축가에 의해 시도된 방법들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이 도시적 견지에서 출발하여 프로그램의 수직적 구축에 이르기까지의 일관된 건축적 작업을 위한 최적의 개념설정이라는 것은 말할 나위 없는 것이다.
도시적 모뉴먼트의 상징성을 나타내기 위한 주변 도시경관과의 차별적인 형태, 새로운 사옥의 생성과 더불어 나타내 보이는 기업의 아이덴티티, 신도시의 urban form에서 보이는 도시구조적 특징, 대지의 형상과 주어진 프로그램들, 등 이러한 모든 요소를 통합적으로 내포하여 보여줄 수 있는 motif (동기)는 또다른 motif(패턴)의 발현인 것이다.
입면의 격자형 패턴은 신도시조직의 그것을 대변하며, 동시에 주변 도시경관에서 보여주는 전형성을 탈피하기 위한 더 정형화된 구조적인 패턴으로 차별성을 강조하고, 이는 다시 내부 프로그램의 혼돈을 가져온다. 어떠한 건축물이 가지는 프로그램의 형상적인 발현이 뻔한 것이 아니고 우리로 하여금 그것이 주차장인지, 업무시설인지, 혹은 다른 프로그램인 알 수 없는 착각에 빠뜨리며, 이러한 착각은 곧 상징적인 건축물이 갖는 대표적 motif로 작용하게 한다.
비움과 채움
격자형 공간은 입면의 수직성에서, 혹은 평면의 공간구성을 통해 입체적으로 다양한 양상을 나타낸다. 평면의 주요 구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격자형의 보이지 않는 선들은 열린 공간에서의 동선으로, 주차장에서의 차들의 일정한 간격으로, 수직 동선의 변하지 않는 또다른 구조적 공간 등을 구분하는 요소이다. 이러한 평면적인 선들의 조합은 다양한 닫힌 벽과 투명한 벽들로 표현되며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분, 배치하게 끔 만들어준다. 수직적인 패턴도 그 공간의 프로그램으로 인하여 외기에 노출되거나, 투명하게 막혀 있거나, 막혀 있지도 뚫려 있지도 않은 상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구조적인 격자의 틀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건축적 프로그램은 사람의 공간이 주이다. 사람들이 어떠한 목적에서 그 건물로 들어가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공간이 구획이 되고 프로세스가 완성이 된다. 이러한 사람의 공간은 움직이는 공간과 정주하는 공간으로 구분이 되고 다시 이 공간은 투명한 벽, 불투명한 벽으로 인하여 내부적으로 지향하는 공간과 외부로 지향하는 공간으로 나뉜다.
하지만, 이 건물은 또다른 대상체가 있다. 바로 자동차라는 것인데, 이 자동차를 위한 공간이 곧 사람을 위한 공간과 같은 위상을 갖는 다는 것이다. 이 자동차를 위한 공간은 사람을 위한 공간과 마찬가지로 움직이는 공간과 정지하는 공간으로 구획이 된다. 이는 법규적인 틀안에서 이루어지며 수치화 하여 공간이 구획된다. 이 수지적인 구획은 구조적인 틀의 단초가 되며 사람들의 공간 또한 이 틀안에서 구획이 되는 것이다.
두 객체를 위한 공간은 무형의 공간안에서 무엇이 채워지는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되며, 이 논의는 채워짐의 속성에 대한 건축적 해답을 요구한다. 반복되는 격자의 공간안에서 서로 다른 객체의 공존을 보여주는 것은 뻔한 주차장 건물과 오피스 건물의 정의에 대응하는 독특한 도시적 경관체로서의 위상을 보여줄 것이며, 이는 모뉴먼트가 지니고 있어야할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Carré blanc - 백색의 정방형
입면을 상징하는 정형화된 정방형의 격자들은 하나의 격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미시적인 의미소들을 다양한 재료와 함께 보여준다. 격자의 패턴은 그 큰 틀을 구조적인 모티브에서 일관되게 묘사되고, 내부의 프로그램과 융합하여 그 속성을 더욱 디테일하게 나타내 보여준다.
일하는 공간으로 대표되는 7층과 8층의 프로그램은 층간이 구분이 되며 7층의 개방된 프로그램과 접근가능한 코너의 옥상테라스는 격자 안에서 커다란 보이드 스페이스가 가져다 주는 경외의 공간으로 표현되며, 가장 내밀화 되는 8층의 업무공간은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의 상징적인 전이를 보여줄 수 있는 내부 정원이 규격화된 수평적 공간의 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 평범한 업무공간이 아닌 개방적 업무공간을 극대화 시킨다.
사람을 위한 공간이기 보다 차량을 위한 공간인 2층에서 6층의 공간은 외기와 직접적으로 접하지만 다양한 입면구성 재료로 인하여 주차장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깨어지게 만들며, 사람을 위한 공간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격자패턴으로 인하여 하나의 건물이 갖고 있는 통일성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준다.
Héterogen
격자의 패턴은 또다른 이형의 산물을 만들고 그 내부에서 이형질적인 공간을 만난다.
이 건축물의 주된 프로그램인 업무시설과 주차시설은 이 건축물을 상징하는 두 객체에 대한 모호한 건축적 표현이다. 이러한 모호한 건축적 표현의 완결은 정형화된 격자형 입면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이는 또다시 도시적 맥락에서 모뉴먼트를 상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건물이 가지고 있는 또다른 프로그램은 위의 상징성과는 대비되는 객체를 위한 공간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지면과 맞닿은 공간은 도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삽입되며 차도 특정한 사람도 아닌 모두를 위한 접촉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 공간의 격자형 체계의 정형화된 형태에서 유리된 이형질적인 공간으로 완성되며 외부공간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정형화된 패턴에 갇혀 있던 상부의 프로그램들이 1층의 공공공간과 접하는 순간 높은 층고에서 흘러나오는 이질적인 형상은 비정형적인 대지의 형태와 맞물려 이형질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이러한 이형질의 결과물로 도시 경관의 맥락과는 다른 휴먼스케일에서 나타나는 또다른 도시 경관의 다양함을 담보하며, 이를 통해 사유물인 건축물이 공공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도시적 형성물로서의 가치를 보여주는 요소라 할 수 있다.